새롭게 개정된 2026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규칙은 ICC가 국제 상사분쟁 해결을 위해 구축한 글로벌 제도적 체계를 신중하면서도 의미 있게 발전시킨 것이다.
이번 개정은 전면적인 체계 개편보다는 절차적 효율성을 높이고 사건 관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개정 규칙은 6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개정은 세계적인 중재기관인 ICC 국제중재법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ICC 중재의 특징인 유연성과 당사자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중재 절차를 현대화하려는 ICC의 지속적인 노력을 반영한다.
심리범위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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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규칙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은 의무적인 심리범위서(ToR)의 폐지다. 심리범위서는 본안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중재의 범위를 정하는 필수적인 절차 단계였다.
개정된 체계에서는 그 대신 최초 사건관리회의(CMC)를 절차 운영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 중재판정부가 사건 기록을 전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최초 CMC를 개최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최초 CMC 이후에는 새로운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중재판정부가 절차의 진행 단계, 청구의 성격, 비용에 미치는 영향과 기타 관련 사정을 고려해 허용하는 경우는 예외다.
복수의 CMC와 조기 판단
이러한 변화와 함께 새 규칙은 중재판정부가 절차 전반에 걸쳐 여러 차례의 CMC를 개최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사건관리를 제도화하고 절차적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중재 절차를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조기 판단 제도의 도입이다. 이에 따라 당사자는 명백하게 근거가 없거나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벗어나는 청구 또는 항변에 대해 조기에 판단해 종결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이러한 절차가 없어 일부 쟁점이 명백히 성립할 수 없는 경우에도 당사자들이 전체 중재 절차를 거치면서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규정은 중재판정부가 근거 없는 청구를 초기 단계에서 배제할 수 있는 명시적인 절차적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초고속 중재와 임시적 구제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초고속 중재(HEA)의 도입이다. HEA는 모든 당사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적용되며, 당사자들이 주요 주장과 서면을 절차 초기에 집중적으로 제출하도록 한다. 또한 단독 중재인이 사건을 심리하고 최초 CMC 이후 3개월 이내에 최종 중재판정을 내려야 한다.
당사자 추가와 사건 병합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절차를 단순하게 유지하고 매우 신속한 분쟁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2026년 규칙은 긴급중재인이 적절한 경우 상대방의 사전 참여 없이 예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임시적 구제 제도도 강화했다. 또한 적절한 상황에서는 긴급절차의 적용 범위가 일정한 비서명(非署名) 당사자까지 확대된다.
기존의 최종 중재판정 6개월 기한은 폐지되고, 절차 일정 등을 고려해 보다 유연하게 결정하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이와 함께 당사자들은 중재인의 이해관계 공개와 관련된 개인 및 법인을 특정해야 하며, 중재인에게는 법률상 요구되거나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비밀유지 의무를 준수할 명시적인 의무가 부과된다.
효율성과 균형을 맞춘 ICC의 현대화
이번 개정은 절차적 형식주의를 줄이고 신속성을 높이며 기관의 감독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상사 당사자와 중재기관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인 사건관리와 절차 초기 단계에서의 쟁점 처리를 더욱 강조함으로써 비용과 지연을 모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정 체계에 우려할 만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무적인 ToR가 폐지되면서 많은 이들이 장점으로 평가했던 초기 단계에서 쟁점을 명확하게 확정하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중재판정부에 보다 폭넓은 절차적 재량이 부여되면서 실제 절차 운영 방식의 편차도 커질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의 사전 참여 없이 예비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점은 절차적 공정성을 우려하는 당사자들의 면밀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영향을 받는 당사자에게는 즉시 의견을 진술하고 심리를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
따라서 개정 규칙은 기존 체계에서 본질적으로 벗어난 변화라기보다는 신중하게 조정된 절차적 현대화로 볼 수 있다. ICC의 주된 목표는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사건관리를 강화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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